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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못 내면 노역장 며칠일까, 1일 환산액이 가르는 기간과 분할납부·사회봉사

같은 벌금 500만 원도 환산액에 따라 유치 기간이 250일, 500일로 갈린다. 유치 기간이 정해지는 방식과 분할납부·사회봉사 요건을 조문과 판례로 살폈다.

사진 Artsy Crafty, CC0(Openverse)

벌금이 나오면 안 내고 며칠 일하고 오면 그만 아니냐는 말을 종종 듣는다. 돈이 없으니 몸으로 갚겠다는 계산이다. 그런데 그 며칠이 얼마인지는 판결문을 펴 보기 전까지 아무도 모른다. 대법원까지 올라간 어느 사건에서 같은 벌금 500만 원이 1심에서는 250일, 항소심에서는 500일로 계산됐다.

벌금을 걱정하는 사람은 대개 액수부터 본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에게 더 무거울 수 있는 숫자는 그 옆에 붙은 문장에 있다. 벌금을 내지 않으면 얼마를 1일로 환산해 노역장에 유치한다는 대목이다. 이 숫자가 어떻게 정해지는지, 벌금을 제때 내지 못하면 어떤 길이 남는지 조문과 판례로 따라가 본다.

주문 끝줄의 숫자부터 읽는다

벌금은 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30일 안에 내야 한다. 내지 않으면 노역장에서 작업에 복무하게 되고, 그 기간은 벌금을 선고할 때 함께 정해진다.

형법 제69조, 제70조 제1항

벌금은 판결확정일로부터 30일 내에 납입해야 하고, 납입하지 않은 사람은 1일 이상 3년 이하의 기간 노역장에 유치한다. 벌금을 선고할 때에는 납입하지 않는 경우의 유치기간을 정하여 동시에 선고해야 한다.

계산 자체는 나눗셈이다. 벌금액을 판결문에 적힌 1일 환산액으로 나누면 유치 일수가 나온다. 설명을 위해 벌금 300만 원에 1일 10만 원이라고 가정하면 30일이다. 일부를 내면 그 비율만큼 일수가 줄어든다(형법 제71조). 같은 가정에서 100만 원을 냈다면 남는 기간은 20일이다.

재판부는 하루 값을 어떻게 정하나

1일 환산액을 얼마로 하라는 조문은 없다. 대법원도 유치기간 산정에는 형법 제69조 제2항의 제한이 있을 뿐 다른 제한은 없다고 보았다.

대법원 2000. 11. 24. 선고 2000도3945 판결

징역형과 벌금형 가운데 벌금형을 선택해 선고하면서 유치기간을 환산한 결과, 선택형인 징역형의 장기보다 유치기간이 더 길 수 있게 되었더라도 이를 위법이라고 할 수 없다.

조세범처벌법 위반 사건이었다. 항소심은 벌금 3,980만 원을 1일 5만 원으로 환산했다. 나누면 796일이고, 그 죄에 선택할 수 있었던 징역형의 장기 2년보다 길다. 징역 대신 벌금을 받았다고 해서, 내지 못했을 때의 구금 기간까지 징역 상한 아래로 묶이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고액 벌금에는 2014년 개정으로 하한이 붙었다.

형법 제70조 제2항

선고하는 벌금이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300일 이상,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500일 이상, 50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1천일 이상의 노역장 유치기간을 정하여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이 하한 조항을 합헌으로 보면서, 조항 시행 전의 범행에까지 적용하도록 한 부칙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헌법재판소 2017. 10. 26. 2015헌바239, 2016헌바177(병합) 결정

노역장유치는 그 실질이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으로서 징역형과 유사한 형벌적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형벌불소급원칙의 적용대상이 된다.

청구인 가운데 한 사람은 벌금 20억 원을 1일 400만 원으로 환산받아 500일이 나온 경우였다. 결정문은 하한의 범위 안에서 법관이 여러 양형요소를 고려해 환산액과 유치기간을 정할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하루 값 역시 양형의 일부라는 말이다. 형법 제51조가 참작하라는 사정에는 범인의 환경이 들어 있으므로, 벌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액수와 함께 재판 단계에서 소명해 둘 만하다. 받아들일지는 재판부의 판단이다.

항소로 형이 줄었는데 유치 기간은 늘 수 있다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에서는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원칙을 항목별로 따지지 않고 전체적, 실질적으로 본다. 그래서 유치 기간만 늘어난 판결은 이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대법원 1994. 1. 11. 선고 93도2894 판결

징역형의 형기가 징역 1년에서 징역 10월로 단축되었다면 벌금형의 액수가 같고 벌금형에 대한 환형유치기간이 길어졌다 하더라도 형량이 불이익하게 변경되었다고 할 수 없다.

앞에서 말한 사건이 이것이다. 1심은 징역 1년과 벌금 500만 원에 1일 2만 원을, 항소심은 징역 10월과 벌금 500만 원에 1일 1만 원을 선고했다. 징역은 두 달 줄었고, 벌금을 내지 못할 경우의 기간은 250일에서 500일로 늘었다. 2000도3945 판결도 벌금이 깎였다면 유치기간이 길어져도 전체적으로 불이익한 변경이 아니라고 했다. 형이 가벼워졌다는 소식을 들어도 벌금을 낼 수 없는 사람이라면 환산액까지 확인해야 한다.

다툴 기회도 넉넉하지 않다. 2000도3945 판결은 벌금형이 선고된 사건에서 형이 무거워 부당하다는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벌금 사건의 양형은 사실상 항소심에서 마무리되는 셈이다.

벌금을 제때 내지 못할 때 남는 길

나눠 내거나 납부를 미루기

재산형등에 관한 공소청집행사무규칙 제12조는 분할납부와 납부연기를 정한다. 신청서를 내면 담당 직원이 사유를 조사하고 검사가 허가 여부를 정한다. 조문에 적힌 사유는 기초생활 수급권자, 차상위계층 가운데 의료급여 대상자 등, 장애인, 본인 외에 가족을 부양할 사람이 없는 사람, 불의의 재난 피해자, 본인이나 동거 가족이 1개월 이상 장기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 개인회생 개시결정을 받은 사람, 실업급여 수급자,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사람이다.

허가를 받아도 기한은 6개월 이내이고, 사유가 계속되면 3개월 범위에서 2회까지 늘릴 수 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2회 이행하지 않으면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

노역장 대신 사회봉사

벌금 미납자의 사회봉사 집행에 관한 특례법은 경제적 이유로 벌금을 내지 못하는 사람의 구금을 줄이려고 만든 법이다. 대상은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확정된 사람이다(시행령 제2조). 검사의 납부명령일부터 30일 안에 주거지 관할 지방공소청 검사에게 신청서를 내야 한다. 분할납부나 납부연기를 허가받았다면 그 허가기한 안에 신청할 수 있다. 판결문이나 약식명령서 사본, 소득금액 증명서, 재산세 납부증명서 같은 서류가 붙는다.

누구나 되는 것은 아니다. 징역이나 금고와 함께 벌금을 선고받은 사람, 벌금 선고와 동시에 완납할 때까지 유치하라는 명령을 받은 사람, 다른 사건으로 구금 중인 사람은 신청할 수 없다(제4조 제2항). 법원은 경제적 능력과 신체적 능력, 주거의 안정성을 살피고, 일정한 수입원이나 재산이 있어 벌금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하면 허가하지 않는다(제6조). 허가받지 못하면 고지받은 날부터 15일 안에 벌금을 내야 하고, 내지 않으면 노역장에 유치된다.

허가를 받은 뒤에도 기한이 이어진다. 고지받은 날부터 10일 안에 보호관찰소에 신고하고, 사회봉사는 허가된 날부터 6개월 안에 마쳐야 한다(연장은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6개월 범위에서 한 번). 도중에 벌금을 낼 수도 있으며, 이미 이행한 시간만큼은 벌금을 낸 것으로 본다(제13조). 기간 안에 마치지 못하거나 준수사항을 어겨 허가가 취소되면, 통지받은 날부터 7일 안에 남은 벌금을 내야 하고 내지 않으면 유치된다.

구금 일수와 시효

재판 전에 구속되어 있었다면 그 일수는 벌금에 관한 유치 기간에 1일당 1일로 들어간다(형법 제57조). 판결문에서 산입 여부를 확인할 대목이다.

벌금형의 시효는 5년이다(형법 제78조). 다만 강제처분을 개시하면 시효가 중단된다(형법 제80조). 5년만 지나면 사라진다고 믿고 기다릴 일은 아니다.

판결이 나오기 전에 해 둘 일

벌금을 낼 수 있는 사람에게 이 글의 대부분은 필요 없다. 문제는 낼 수 없는 사람이다. 이 경우 벌금이 예상되는 사건이라면 소득과 재산 자료를 재판 단계에서 미리 정리해 두는 편이 낫다. 양형자료로 쓰이고, 사회봉사나 분할납부를 신청할 때도 같은 자료를 다시 찾게 된다.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는 집행유예도 법에 열려 있지만(형법 제62조 제1항), 참작할 만한 사유와 결격 전과 여부를 따져 재판부가 정하는 일이고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판결문을 받으면 벌금액, 1일 환산액, 완납 유치 명령의 유무, 징역이나 금고가 함께 선고됐는지를 차례로 본다. 뒤의 두 가지는 사회봉사 신청 자격과 바로 이어진다. 납부 기한은 판결 확정일에서, 사회봉사 신청 기한은 납부명령일에서 따로 센다는 점도 적어 둘 일이다.

벌금은 돈으로 끝나는 형벌이라고들 한다. 낼 돈이 있을 때의 이야기다. 낼 돈이 없다면 그 하루 값을 어떻게 받았는지가 형의 무게를 바꾼다.

(재범방지교육원 · 신동우 변호사)

이 칼럼은 2026. 11. 4. 기준 법령과 판례로 쓴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양형자료가 특정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글쓴이 신동우 변호사

법학박사 ·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변호사. 재범방지교육원의 모든 영상 강의를 직접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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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동우 변호사 · 2026.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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