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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이란 무엇인가, 형량은 어떻게 정해지나 - 법정형·처단형·선고형과 형법 제51조 양형 조건

조문에 적힌 형벌과 법정에서 실제로 선고되는 형이 다른 데에는 법이 정한 순서와 기준이 있습니다. 법정형에서 처단형을 거쳐 선고형에 이르는 과정과 형법 제51조의 양형 조건을 조문과 판례로 살펴봅니다.

양형이라는 말의 뜻

양형(量刑)은 죄가 인정된 사람에게 어떤 종류의 형을 얼마만큼 줄지 정하는 일입니다. 유죄인지 무죄인지를 가리는 판단이 끝난 뒤에 오는 두 번째 판단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한 사건이라면 법정에서 실제로 다투는 내용은 거의 이 부분이 됩니다.

대법원은 양형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법정형을 기초로 하여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을 두루 참작하여, 합리적이고 적정한 범위 안에서 이루어지는 재량 판단이라는 것입니다. 이 한 문장에 양형의 뼈대가 다 들어 있습니다. 출발점은 법률이 정한 형이고, 판단 재료는 제51조의 사정들이며, 판사에게 재량이 있지만 그 재량에도 합리적인 한계가 있다는 뜻입니다.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양형은 법정형을 기초로 하여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을 두루 참작하여 합리적이고 적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재량 판단이다. 양형부당은 원심판결의 선고형이 구체적인 사안의 내용에 비추어 너무 무겁거나 너무 가벼운 경우를 말한다.

세 단계로 좁혀지는 형벌

형량은 한 번에 정해지지 않습니다. 법률 조문이 넓은 범위를 정해 두면, 그 사건에 적용되는 가중·감경 사유로 범위를 다시 계산하고, 판사가 그 안에서 하나의 형을 고릅니다. 이 세 단계를 각각 법정형, 처단형, 선고형이라고 부르며, 대법원 판결문에서도 그대로 쓰는 말입니다.

법정형: 조문에 적힌 범위

법정형은 각 범죄의 조문에 적힌 형입니다. 형법 제257조 제1항의 상해죄를 보면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되어 있습니다. 형의 종류가 여럿이어서 어느 것을 쓸지 고를 수 있습니다. 반면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고 상해를 가한 특수상해(제258조의2 제1항)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라 벌금을 선택할 길이 조문에 없고 하한도 있습니다. 같은 사람을 다치게 한 사건이라도 어느 조문이 적용되느냐에 따라 출발선이 크게 달라지는 셈입니다.

살인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입니다(제250조 제1항). "5년 이상"처럼 위쪽이 열려 있으면 유기징역의 상한은 형법 총칙에 따릅니다. 제42조는 유기징역을 1개월 이상 30년 이하로 하되, 형을 가중할 때는 50년까지로 정하고 있습니다.

처단형: 가중과 감경을 거친 범위

법정형에 형의 종류가 여럿이면 먼저 하나를 고르고, 그다음 그 사건에 해당하는 가중·감경 사유를 적용해 범위를 다시 계산합니다. 이렇게 나온 범위가 처단형입니다. 형법 제54조는 먼저 적용할 형을 정한 뒤 감경하도록 했고, 제56조는 사유가 겹칠 때의 순서를 못박아 두었습니다.

형법 제56조(가중ㆍ감경의 순서)

형을 가중ㆍ감경할 사유가 경합하는 경우에는 다음 순서에 따른다. 각칙 조문에 따른 가중, 제34조제2항에 따른 가중, 누범 가중, 법률상 감경, 경합범 가중, 정상참작감경.

순서에 나오는 사유 가운데 자주 보이는 것을 몇 가지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글은 흐름을 설명하는 글이므로 세부 요건은 감경·가중을 다루는 별도의 글로 넘기고, 여기서는 조문이 정한 효과만 적습니다.

  • 누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뒤 3년 안에 다시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를 지은 경우로, 그 죄에 정한 형의 장기의 2배까지 가중합니다(제35조).
  • 경합범: 여러 죄를 동시에 판결하는 경우로, 같은 종류의 유기형이면 가장 무거운 죄의 장기에 2분의 1까지 가중하되 각 죄의 장기를 합한 기간을 넘지 못합니다(제38조 제1항 제2호).
  • 법률상 감경: 종범은 정범의 형보다 감경합니다(제32조 제2항). 미수범은 기수범보다 감경할 수 있고(제25조 제2항), 수사기관에 자수한 경우에는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습니다(제52조 제1항).
  • 정상참작감경: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으면 형을 감경할 수 있습니다(제53조). 순서상 맨 마지막에 옵니다.

조문의 끝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감경한다"는 사유가 인정되면 반드시 감경해야 하는 필요적 감경이고, "감경할 수 있다"는 판사가 감경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는 임의적 감경입니다. 그래서 자수했다거나 미수에 그쳤다는 사실만으로 형이 절반이 된다고 계산해서는 안 됩니다.

감경을 하면 범위가 어떻게 바뀌는지는 제55조 제1항이 정합니다. 유기징역이나 유기금고를 감경할 때는 형기의 2분의 1로, 벌금은 다액의 2분의 1로 합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징역형을 법률상 감경할 때 상한과 하한을 모두 2분의 1로 줄인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처단형의 성격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대법원 2021. 1. 21. 선고 2018도5475 전원합의체 판결

필요적 감경은 사유가 인정되면 반드시 법률상 감경을 해야 하지만, 임의적 감경은 사유가 인정되어도 법관이 감경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임의적 감경사유에 따라 징역형을 감경하는 이상 형법 제55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상한과 하한을 모두 2분의 1로 감경한다. 처단형은 선고형의 최종적인 기준이 되므로 그 범위는 법률에 따라서 엄격하게 정해야 한다.

선고형: 판사가 고른 하나의 형

처단형은 아직 범위입니다. 판사는 그 범위 안에서 제51조의 사정을 따져 "징역 2년"처럼 구체적인 형 하나를 정합니다. 이것이 선고형이고, 주문에서 읽히는 형입니다. 처단형이 선고형의 최종 기준이므로, 감경 사유가 인정되지 않았는데 처단형의 하한 아래로 선고할 수는 없습니다.

집행유예는 선고형이 정해진 다음의 문제입니다. 제62조 제1항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할 경우에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해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처단형의 하한이 3년을 넘는 사건이라면 애초에 이 요건을 채울 수 없으니, 처단형 계산이 집행유예 가능성과 곧바로 이어집니다. 구체적인 요건은 집행유예를 다루는 글에서 설명합니다.

실제 판결로 따라가 보기

앞서 인용한 2018도5475 판결의 제1심이 세 단계를 어떻게 거쳤는지 판결문에 적힌 그대로 옮겨 보겠습니다. 피고인은 한 사람을 폭행하고, 같은 날 다른 사람의 가슴을 식칼로 찔렀으나 상대가 손을 밀쳐 옷만 찢어진 특수상해미수로 기소되었습니다.

  • 법정형: 폭행은 징역형을 선택해 2년 이하의 징역, 특수상해미수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입니다.
  • 미수 감경: 특수상해미수에 제25조 제2항과 제55조 제1항 제3호를 적용하니 징역 6월 이상 5년 이하가 됩니다.
  • 경합범 가중: 무거운 죄의 장기 5년에 2분의 1을 더하면 7년 6월이지만, 두 죄의 장기를 합한 7년을 넘을 수 없어 처단형은 징역 6월 이상 7년 이하로 정해졌습니다.
  • 선고형: 그 범위 안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함께 명했습니다.

법정형의 상한 10년과 실제 선고된 징역 8월 사이의 거리가 이렇게 생겨납니다. 어느 한 단계에서 형이 깎인 것이 아니라, 법률이 정한 계산과 판사의 재량 판단이 차례로 겹친 결과입니다.

형법 제51조가 정한 양형의 조건

처단형이라는 범위 안에서 판사가 무엇을 보고 형을 고르는지는 제51조에 적혀 있습니다. 조문은 짧지만 "참작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어, 판사가 살펴볼 의무가 있는 사항입니다.

형법 제51조(양형의 조건)

형을 정함에 있어서는 다음 사항을 참작하여야 한다.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각 항목이 실제로 어떤 사정을 가리키는지는 조문만으로는 알기 어렵습니다. 대법원이 사형 선고의 당부를 판단하면서 양형의 조건을 자세히 열거한 판결이 있는데, 형법 제51조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풀어 보는 데 좋은 자료입니다.

대법원 2016. 2. 19. 선고 2015도12980 전원합의체 판결

형법 제51조가 규정한 사항을 중심으로 범인의 연령, 직업과 경력, 성행, 지능, 교육정도, 성장과정, 가족관계, 전과의 유무,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 사전계획의 유무, 준비의 정도, 수단과 방법, 잔인하고 포악한 정도, 결과의 중대성, 피해자의 수와 피해감정, 범행 후의 심정과 태도, 반성과 가책의 유무, 피해회복의 정도, 재범의 우려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항을 철저히 심리해야 한다.

사형이라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을 두고 한 말이어서 심리의 강도까지 모든 사건에 같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제51조의 네 항목에 어떤 사실이 담길 수 있는지 가늠하는 데에는 이만한 목록이 없습니다.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이 항목은 범행이 아니라 사람을 봅니다. 성행은 성품과 행실이라는 뜻으로, 법원조직법 제81조의6 제3항 제3호는 같은 내용을 "나이, 성품과 행실, 지능과 환경"이라고 풀어 적었습니다. 위 판결의 목록에 비추어 보면 직업과 경력, 교육 정도, 성장 과정, 가족관계, 전과 유무 같은 사정이 여기에 모입니다. 전과에 관해서는 법원조직법 제81조의6 제3항 제7호가 양형기준의 고려 사항으로 "범죄 전력"을 따로 들고 있습니다.

가족관계나 직업 같은 사정은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 주는 동시에, 앞으로 어떤 환경으로 돌아가는지와도 이어져 재범의 우려를 가늠하는 재료가 되기도 합니다. 다만 이런 사정이 형을 얼마나 움직이는지 조문에 정해진 공식은 없습니다.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인과 피해자가 어떤 사이였는지를 보는 항목입니다. 관계가 법정형 자체를 바꾸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상해하면 제257조 제2항이 적용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이 올라갑니다. 그렇게 조문에 따로 정해지지 않은 관계라면 양형 단계에서 평가됩니다.

앞의 2015도12980 사건에서 대법원 다수의견은 피해자들이 전방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하던 부하나 동료 병사였다는 점을 양형 사정의 하나로 들었습니다. 피해자가 범인을 믿거나 의지할 수밖에 없던 관계였는지, 범행 이후에도 그 관계가 이어져 피해가 계속될 수 있는지 같은 사정이 이 항목에서 함께 검토될 수 있습니다.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자체를 평가하는 항목입니다. 왜 그랬는지, 어떤 방법을 썼는지, 어떤 결과가 생겼는지를 봅니다.

동기와 관련해 판결문에서 볼 수 있는 말이 우발성과 계획성입니다. 2015도3260 사건의 제1심은 범행 동기가 우발적이거나 생계유지에 있기보다 그릇된 욕심을 채우기 위해 사전에 계획된 점을 들어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적었습니다. 2010도7410 사건의 항소심은 반대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추행의 정도가 비교적 경미한 점을 유리하게 참작했습니다. 같은 항목이 사건에 따라 양쪽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예입니다.

결과에는 피해의 크기와 피해자의 수, 피해자가 겪은 고통이 포함됩니다. 재산범죄라면 피해 금액이, 신체에 대한 범죄라면 상해의 정도가 먼저 눈에 들어오겠지만, 위 판례의 목록에는 피해감정도 나란히 올라 있습니다. 전체 양형에서 각각이 차지하는 무게는 범죄의 유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이 부분은 양형기준을 다룬 글에서 자세히 설명합니다.

범행 후의 정황은 어디까지인가

제51조 제4호의 "범행 후의 정황"은 범행이 끝난 뒤에 생긴 사정을 말합니다. 법률에 따로 정의가 없어 판례로 범위를 살펴야 합니다. 앞의 제1호에서 제3호까지는 대부분 재판을 받는 시점에 이미 확정된 과거의 일이지만, 이 항목은 재판 중에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릅니다.

앞서 본 2015도12980 판결의 목록에 따르면 범행 후의 심정과 태도, 반성과 가책의 유무, 피해회복의 정도, 재범의 우려가 여기에 관련됩니다. 피해자와의 합의나 공탁, 반성의 표현, 재범을 막기 위한 치료나 교육 이수 같은 노력이 양형 자료로 제출되는 것도 이 항목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재범방지교육을 받았다는 사실 역시 재범의 우려를 판단하는 자료의 하나로 제출될 수 있지만, 어느 정도로 참작할지는 사건마다 재판부가 판단합니다. 합의와 공탁, 반성과 재범방지 노력은 각각 다른 글에서 깊게 다룹니다.

불리한 쪽으로 평가되는 사정도 물론 있습니다. 2015도12980 사건의 원심은 피고인이 치밀한 도주 행각을 벌인 점을 범행 후의 태도가 불량하다는 사정으로 들었습니다.

범행을 부인하면 형이 무거워지나

처음 재판을 받는 사람이 많이 걱정하는 대목입니다. 대법원은 형사소송절차에서의 태도도 범행 후의 정황에 들어간다고 보면서, 방어권 보장과의 경계를 그어 두었습니다.

대법원 2001. 3. 9. 선고 2001도192 판결

범행 후의 정황 가운데에는 형사소송절차에서의 피고인의 태도나 행위를 들 수 있다. 피고인은 방어권에 기하여 범죄사실에 대하여 진술을 거부하거나 거짓 진술을 할 수 있고, 범죄사실을 단순히 부인하는 것을 반성하지 않는다는 인격적 비난요소로 보아 가중적 양형의 조건으로 삼는 것은 결과적으로 자백을 강요하는 것이 되어 허용될 수 없다. 그러나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객관적이고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진실의 발견을 적극적으로 숨기거나 법원을 오도하려는 시도에 기인한 경우에는 가중적 양형의 조건으로 참작될 수 있다.

판결의 구조를 나누어 보면 이렇습니다. 공소사실을 다투었다는 이유만으로 형을 더 얹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헌법 제12조 제2항이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진실 발견을 적극적으로 방해하는 수준에 이르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실제로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피고인이 시종 죄책을 회피하는 태도로 일관하며 반성하지 않는 점을 양형 이유로 참작한 원심을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또 하나 구별할 점은, 부인이 불리한 조건으로 쓰이지 않는다는 것과 유리한 조건을 얻는다는 것은 별개라는 점입니다. 끝까지 다투다가 유죄가 인정되면 반성이나 자백을 유리한 사정으로 평가받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사실이 아닌 부분까지 인정할 이유는 없습니다. 다툴 부분과 인정할 부분을 스스로 분명히 구분해 두어야 재판에서 일관된 태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책임주의: 양형 재량이 넘지 못하는 선

양형이 재량 판단이라고 해서 판사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형벌은 책임에 기초하고 그 책임에 비례해야 한다는 책임주의가 재량의 바깥 경계입니다. 저지른 일보다 무거운 형을 예방 효과를 앞세워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원칙이기도 합니다. 대법원은 이 원칙을 양형에 적용한 사건에서, 재판을 받는 범행의 죄책 범위 안에서만 양형 판단이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도1816 판결

사실심법원의 양형 재량도 죄형균형 원칙과 책임주의 원칙에 비추어 공소사실에 나타난 범행의 죄책 내 양형판단의 범위에서 인정되는 내재적 한계를 가진다. 형법 제51조의 양형조건으로 포섭되지 않는 별도의 범죄사실에 해당하는 사정을,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거로 증명되지 않았음에도 핵심적인 형벌가중적 양형조건으로 삼아 사실상 공소가 제기되지 않은 범행을 추가로 처벌한 것과 같은 실질에 이른 경우에는 위법하다.

이 사건의 피고인은 감금 등으로 기소되었을 뿐 살인으로 기소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원심은 양형 이유에서 공범의 살해 의도에 동조하여 납치·감금에 가담했다고 볼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었습니다. 대법원은 살인 가담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는데도 이를 핵심적인 가중 사유로 삼은 것은 사실상 기소되지 않은 범행을 처벌한 셈이라며 원심판결을 파기했습니다.

주의할 것은 이 법리가 적용되는 범위가 넓지 않다는 점입니다. 판결문이 든 요건은 별도의 범죄사실일 것, 증명이 없을 것, 핵심적인 가중 사유로 쓰여 추가 처벌과 같은 실질에 이를 것입니다. 앞의 2015도3260 사건에서도 피고인들이 양형의 기초 사실을 잘못 판단해 책임주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실질적으로 양형이 부당하다는 주장에 불과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형이 무겁다는 불만과 책임주의 위반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한편 양형에 책임만 들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조직법 제81조의6 제2항은 양형기준의 원칙으로 범죄의 죄질과 범정, 피고인의 책임 정도를 반영하는 것과 함께 범죄의 일반예방, 피고인의 재범 방지 및 사회복귀를 고려하도록 정합니다. 2015도12980 판결도 책임의 정도, 범죄와 형벌 사이의 균형, 유사 범죄 예방의 필요성을 함께 따졌습니다. 책임이 형의 근거와 한계를 이루고, 그 안에서 예방과 사회복귀가 함께 고려된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양형기준은 어떤 지위에 있나

양형을 이야기할 때 제51조와 함께 나오는 것이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입니다. 법원조직법 제81조의2는 국민의 건전한 상식을 반영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양형을 실현하기 위해 대법원에 양형위원회를 둔다고 정합니다. 양형위원회가 정하는 기준은 공개되어 누구나 볼 수 있습니다(제81조의6 제4항).

법원조직법 제81조의7(양형기준의 효력 등)

법관은 형의 종류를 선택하고 형량을 정할 때 양형기준을 존중하여야 한다. 다만, 양형기준은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아니한다. 법원이 양형기준을 벗어난 판결을 하는 경우에는 판결서에 양형의 이유를 적어야 한다. 다만, 약식절차 또는 즉결심판절차에 따라 심판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세 단계와의 관계로 보면, 양형기준은 처단형이라는 법적 범위를 바꾸지 못합니다. 처단형 안에서 판사가 형을 고를 때 참고하는 지침입니다. 범죄별 기준의 구조와 읽는 법은 양형기준을 다룬 글에서 이어집니다.

판결서의 양형 이유는 어떻게 쓰이나

판결서를 받아 보면 범죄사실과 증거, 법령의 적용에 이어 "양형의 이유"가 적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법률이 모든 판결에 양형 이유를 쓰라고 정한 것은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323조 제1항이 유죄판결에 반드시 명시하도록 한 것은 범죄될 사실, 증거의 요지, 법령의 적용 세 가지입니다. 같은 조 제2항은 형의 가중·감면의 이유가 되는 사실의 진술이 있으면 그 판단을 명시하도록 하고 있고, 제39조는 재판에 이유를 명시하는 일반 원칙을 둡니다.

양형 이유의 기재가 법률상 의무가 되는 대표적인 경우가 앞서 본 법원조직법 제81조의7 제2항, 곧 양형기준을 벗어난 판결입니다. 이때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관해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7410, 2010전도44 판결

법원은 약식절차 또는 즉결심판절차에 의하여 심판하는 경우가 아닌 한, 양형기준을 벗어난 판결을 함에 따라 판결서에 양형의 이유를 기재해야 하는 경우에는 양형기준의 의의, 효력 등을 감안하여 당해 양형을 하게 된 사유를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방식으로 기재해야 한다.

이 사건의 항소심은 누범기간 중의 범행이고 피해자와 합의가 되지 않은 점을 인정하면서도, 성폭력 전과가 없고 우발적이며 추행 정도가 비교적 경미한 점 등을 참작해 양형기준을 벗어난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습니다. 검사가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그 정도의 이유 기재면 된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이유를 얼마나 자세히 써야 하는지에는 폭이 있습니다.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은 판단의 근거가 된 양형자료와 그 판단 내용이 모순 없이 적혀 있다면,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유를 일일이 명시하지 않아도 위법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이 사건 제1심의 양형 이유도 "피고인의 환경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한다"는 말로 끝납니다. 그러니 자신이 제출한 자료가 양형 이유에 낱낱이 언급되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법원이 살피지 않았다거나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양형 이유를 읽을 때는 유리한 정상과 불리한 정상으로 나누어 보면 구조가 잘 보입니다. 재판부가 어떤 사실을 어느 쪽에 놓았는지, 제51조의 네 항목 중 어디에 무게를 두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소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이 부분이 출발점이 됩니다.

법정형과 실제 선고가 왜 다른가

뉴스에서 "최고 징역 몇 년"이라는 말을 듣고 실제 선고를 접하면 차이에 놀라는 사람이 많습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을 그 물음에 맞추어 정리하면 이유는 몇 가지로 모입니다.

  • 법정형의 상한은 그 죄에 해당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염두에 둔 범위입니다. 같은 조문이 가벼운 사건과 매우 무거운 사건을 함께 담고 있으므로, 상한은 그 사건의 예상 형량을 뜻하지 않습니다.
  • 형의 종류를 고를 수 있는 죄에서는 징역 대신 벌금이 선택되기도 합니다. 이때 조문의 징역 상한은 그 사건과 관계가 없어집니다.
  • 처단형 단계에서 미수, 종범, 자수, 정상참작 같은 감경 사유가 범위를 낮추고, 누범이나 경합범은 반대로 위쪽을 넓힙니다.
  • 범위가 정해진 뒤에는 제51조의 사정과 양형기준을 놓고 판사가 형을 고릅니다. 같은 죄명, 같은 피해 금액이어도 전과, 범행 경위, 피해 회복이 다르면 선고형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집행유예가 붙으면 선고된 형을 곧바로 집행하지 않습니다. 징역형이 선고되어도 교정시설에 수용되지 않는 경우가 생기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조문만 보고 자기 사건의 형량을 짐작하기는 어렵고, 비슷해 보이는 다른 사람의 사건과 비교하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재량이 어느 정도 폭을 갖는지는 2015도3260 사건 자체가 보여 줍니다. 반대의견이 정리한 소송 경과에 따르면 제1심은 한 피고인에게 징역 10개월, 다른 피고인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는데, 피고인들과 검사가 모두 항소한 항소심은 각 징역 4년과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습니다. 대법원 다수의견은 이런 판단 차이가 있더라도 항소심 양형을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그렇다고 양형이 판사 개인의 성향에 달린 복불복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양형위원회가 기준을 공개하도록 한 것, 비슷한 범죄에 대해 양형 요소에 차이가 없으면 다르게 취급하지 않도록 한 것(법원조직법 제81조의6 제2항 제3호)은 이런 편차를 줄이기 위한 장치입니다.

정해진 형을 다투는 길

선고된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볍다고 볼 때의 불복 수단이 양형부당 항소입니다. 형사소송법 제361조의5 제15호는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고 인정할 사유가 있는 때를 항소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2015도3260 판결은 항소심이 판결 당시까지 제출된 자료를 토대로 판단하되, 제1심과 비교해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안에 있으면 존중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습니다. 제1심 판단이 재량의 합리적인 한계를 벗어났거나, 항소심에서 새로 나온 자료까지 보면 제1심 형을 유지하기 부당한 경우에는 파기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상고심으로 가면 문은 훨씬 좁아집니다. 양형부당을 이유로 상고할 수 있는 사건은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으로 한정됩니다(제383조 제4호). 재판 단계별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항소심과 수사 단계를 다룬 글에서 각각 이어서 설명합니다.

정리해 보면 자기 사건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질문은 세 가지입니다. 적용되는 조문의 법정형은 얼마인지, 가중·감경 사유를 거치면 처단형이 어떻게 되는지, 그 범위 안에서 제51조의 어떤 사정이 어느 쪽으로 작용하는지입니다. 공소장에 적힌 적용 법조에서 첫 번째 답을 찾을 수 있고, 판결서의 법령의 적용과 양형의 이유에서 나머지 두 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2026. 11. 4. 기준 법령과 판례로 쓴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양형자료가 특정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글쓴이 신동우 변호사

법학박사 ·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변호사. 재범방지교육원의 모든 영상 강의를 직접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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