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성범죄 유죄면 따라붙는 수강·이수명령, 몇 시간 받고 안 하면 어떻게 되나

벌금으로 끝난 성범죄 사건에도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은 원칙적으로 붙는다. 시간과 이행 기한, 불이행 제재, 항소 때 따질 점을 조문과 판례로 살폈다.

사진 mdburnette, CC0(Openverse)

벌금이 나왔으니 돈만 내면 끝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있다. 성범죄 사건이라면 판결문이나 약식명령서에서 벌금 아래 줄을 한 번 더 읽어야 한다.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을 몇 시간 이수하라는 문장이 함께 적혀 있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 명령은 형벌이 아니라 보안처분으로 분류된다. 그렇다고 가벼운 부록으로 볼 일은 아니다. 대법원은 의무적으로 강의를 듣거나 프로그램을 이수하게 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보았다. 기한 안에 이행하지 않으면 별도의 처벌을 받거나 유예받은 징역형이 되살아날 수도 있다.

선고유예가 아니면 원칙적으로 붙는다

근거 조문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6조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6조 제2항

법원이 성폭력범죄를 범한 사람에 대하여 유죄판결(선고유예는 제외한다)을 선고하거나 약식명령을 고지하는 경우에는 500시간의 범위에서 재범예방에 필요한 수강명령 또는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의 이수명령을 병과하여야 한다. 다만, 부과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문장 끝이 "병과할 수 있다"가 아니라 "병과하여야 한다"이다. 정식재판을 거치지 않은 약식명령도 들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성폭력범죄의 범위는 같은 법 제2조에 있는데, 형법의 강간과 강제추행뿐 아니라 이 법의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허위영상물 반포, 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강요도 포함된다.
수강명령과 이수명령은 쓰이는 자리가 다르다. 제3항에 따르면 수강명령은 형의 집행을 유예할 때 그 유예기간 안에서 붙이고, 이수명령은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하거나 약식명령을 고지할 때 붙인다. 선고유예는 제2항에서 빠져 있고, 대신 1년 동안 보호관찰을 명할 수 있다(제1항).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수강명령이나 이수명령,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이수명령을 받은 경우에는 겹쳐서 붙이지 않는다.

특별한 사정은 좁게 본다

대법원 2026. 4. 2. 선고 2025도16559 판결은 현역 부사관에게 강제추행으로 벌금 800만 원을 선고하면서 이수명령을 붙이지 않은 항소심을 파기했다. 현역 군인에게는 이수명령 자체를 명할 수 없지만, 이 벌금이 확정되면 피고인은 군인 신분을 당연히 잃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이수명령은 판결과 동시에 선고해야 하는 부수처분이어서, 빠뜨리면 판결 전부가 파기된다는 점도 밝혔다.

시간은 형의 무게를 그대로 따라가지 않는다

조문이 정한 것은 500시간이라는 상한뿐이고 산정 공식은 없다. 판결문에 나온 숫자를 보면 형이 무겁다고 시간이 비례해 늘지는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통신매체이용음란 사건인 2019도11540 판결의 제1심은 징역 1년에 120시간을, 친족관계 성범죄 등이 함께 기소된 2019도11609 판결의 원심은 징역 6년에 80시간을 정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달라 이 숫자로 시세를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조문의 기준이 재범예방에 필요한 범위라는 점은 기억해 둘 만하다.

재판 전에 스스로 교육을 들으면 어떻게 될까. 제16조가 병과하지 않는 경우로 적은 것은 앞서 본 다른 법률상의 명령이고, 자발적 교육 이수는 조문에 없다. 미리 들었다고 명령이 면제되지는 않는다. 그 기록은 양형자료로 재판부에 낼 수 있고, 평가는 재판부의 몫이다.

언제까지, 어디서 이행하나

기한과 집행기관은 함께 선고된 형에 따라 갈린다(제5항, 제6항). 집행유예라면 유예기간 안에 보호관찰소의 장이 집행한다. 벌금형과 약식명령은 형이 확정된 날부터 6개월 안에 역시 보호관찰소의 장이 집행하는데, 셋 가운데 기한이 가장 빠듯하다. 벌금을 내고 안심한 사이에 시간이 지나가기 쉽다.

실형이라면 형기 안에 교정시설 또는 치료감호시설의 장이 집행한다. 다 마치기 전에 석방이나 가석방이 되거나 미결구금일수 산입 등으로 형을 집행할 수 없게 되면, 남은 이수명령은 보호관찰소의 장이 이어서 집행한다. 출소했다고 남은 시간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 밖의 사항은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을 준용한다(제16조 제9항). 같은 법 제62조에 따르면 보호관찰관의 집행 지시를 따라야 하고, 주거를 옮기거나 1개월 이상 국내외 여행을 할 때에는 미리 신고해야 한다.

이행하지 않으면 생기는 일

제재의 경로는 무엇과 함께 선고되었느냐에 따라 나뉜다.

벌금·실형과 함께 받은 이수명령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0조 제5항

이수명령을 부과받은 사람이 이행 지시에 불응하여 경고를 받은 후 재차 정당한 사유 없이 지시에 불응한 경우, 벌금형과 병과된 때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징역형 이상의 실형과 병과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요건은 경고 뒤의 재차 불응이다. 경고장을 받았다면 다음 불응부터는 새로운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신호로 읽어야 한다. 조문이 정당한 사유를 묻고 있으니, 입원이나 수술처럼 피할 수 없는 사정이 있으면 불참한 뒤 설명하기보다 미리 알리고 자료를 남겨 두는 편이 낫다.

집행유예와 함께 받은 수강명령

형법 제64조 제2항

제62조의2의 규정에 의하여 보호관찰이나 사회봉사 또는 수강을 명한 집행유예를 받은 자가 준수사항이나 명령을 위반하고 그 정도가 무거운 때에는 집행유예의 선고를 취소할 수 있다.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 제64조 제2항은 사회봉사·수강명령 대상자의 위반에 경고, 구인, 유치, 집행유예 취소 규정을 준용한다. 취소는 검사가 보호관찰소장의 신청을 받아 법원에 청구하고(제47조), 법원은 본인이나 대리인의 의견을 물은 뒤 결정하며, 그 결정에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335조). 취소가 확정되면 유예되었던 징역형을 살아야 한다.

유예기간만 넘기면 된다고 계산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수강은 유예기간이 지나면 종료되고(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 제63조), 기간이 지난 뒤에는 취소도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대법원 2023. 6. 29. 자 2023모1007 결정

집행유예 선고 취소 심리 도중 또는 취소결정에 대한 즉시항고나 재항고 상태에서 집행유예 기간이 경과하면 형의 선고는 효력을 잃기 때문에 더 이상 취소할 수 없고 취소청구를 기각할 수밖에 없다.

상해죄 등으로 사회봉사명령이 붙은 집행유예 2년을 받은 사람의 사건이었다. 수강명령 사건은 아니지만 형법 제64조 제2항이라는 같은 조문이 적용된다. 그러나 이 결정을 버티기의 근거로 읽으면 곤란하다. 이 사람은 제1심과 항고심에서 위반이 무겁다는 판단을 받았고, 불복 절차가 끝나기 전에 기간이 먼저 지나 간신히 벗어난 경우다. 취소가 그보다 먼저 확정되었다면 결론은 달랐다. 사정이 생겼다면 취소 청구서를 받았을 때 의견과 증거를 내는 것이 정면으로 다투는 길이다.

항소할 때 따져 볼 점

제1심 판결에 이수명령이 없었다면,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에서 새로 붙을 수 있을까. 대법원의 답은 같은 형이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대법원 2018. 10. 4. 선고 2016도15961 판결

수강명령 또는 이수명령은 보안처분의 성격을 가지지만 실질적으로 신체적 자유를 제한하므로, 항소심이 제1심판결에서 정한 형과 동일한 형을 선고하면서 새로 수강명령 또는 이수명령을 병과하는 것은 전체적·실질적으로 볼 때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이어서 허용되지 않는다.

이 판결은 원심이 새로 붙인 40시간 수강명령을 없앴다. 앞선 대법원 2012. 9. 27. 선고 2012도8736 판결도 벌금 500만 원을 그대로 두고 40시간 이수명령만 더한 항소심을 파기했다.

이 원칙은 피고인이 항소하거나 피고인을 위하여 항소한 사건의 이야기다(형사소송법 제368조). 앞서 본 2025도16559 판결은 군검사의 상고로 이수명령 누락이 바로잡힌 사건이었다. 비교도 주문 전체를 두고 이루어진다. 취업제한명령 사건이지만, 대법원은 형이 같은데 제한만 길어진 판결은 허용하지 않고(2019도11540), 징역이 7년에서 6년으로 줄면서 제한이 길어진 판결은 허용했다(2019도11609).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 청구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2012도8736 판결은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는 당시 조문을 전제로 했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는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고 바꾸어, 같은 벌금 안에서는 액수가 올라갈 수 있고 그때는 양형 이유를 적도록 한다. 정식재판을 청구할 때 옛 판결만 믿고 벌금과 이수명령이 그대로일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판결문을 받으면 벌금 아래 줄부터

주문에서 시간과 이름부터 확인한다. 수강인지 이수인지, 40시간인지 120시간인지에 따라 앞으로의 일정이 달라진다. 그다음 판결이 확정된 날을 알아내 기한을 센다. 벌금과 약식명령은 6개월, 집행유예는 유예기간 끝까지다. 선고일이 아니라 확정일이 기준이다.

이행 일정은 보호관찰소의 안내대로 잡되, 맞추기 어려운 사정이 보이면 미리 말하는 쪽이 안전하다. 형벌보다 가벼워 보이는 몇십 시간이 형벌을 되살리는 조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 둘 일이다.

(재범방지교육원 · 신동우 변호사)

이 칼럼은 2026. 11. 5. 기준 법령과 판례로 쓴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양형자료가 특정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글쓴이 신동우 변호사

법학박사 ·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변호사. 재범방지교육원의 모든 영상 강의를 직접 진행합니다.

교육원 소개

글 신동우 변호사 · 2026. 11. 5.

다른 칼럼

제출 기한이 정해져 있다면
오늘 시작하는 편이 좋습니다

교육 이수와 실천 기록은 시간이 필요한 자료입니다. 결제하면 바로 첫 강의를 들을 수 있습니다.